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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G한미보석감정원 창립32주년 특별기획/④케냐 은단니 · 로드워
 
중장비 없이도 차보라이트 가넷이 채광되는 케냐 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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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단니 인근에서 채광되는 보석은 보이를 경유해 나이로비로 판매가 되기도 하고, 국경 넘어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탄자니아 아루샤 시장에서도 보석 딜러들이 원석을 구입해 간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보이에서 20km 정도 떨어져 있는 은단니로 향했다. 은단니는 해발 1,400m가 넘는 고산지대로 연중 선선한 기후를 가진다.
 
은단니로 올라가기 전, ‘마따떼’라는 마을을 지난다. 마따떼 마을은 멀리 보이는 산 중턱에도 집들이 가득하다. 산 밑은 비교적 부유한 사람들이고 산 중턱의 집은 매우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 굶주린 사람들이 많아 무심코 들어갔다가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 지역이라 들었다. 마따떼 마을에는 보석 시장과 비슷하게 보석 원석을 거래하는 오피스들이 대여섯 곳 정도 있다. 마따떼 남쪽으로 차보라이트 가넷과 토멀린이 채광되는 넓은 오지 지역이 있으며, 채광된 보석은 이곳 마을로 유입된다. 마따떼의 보석 거래 오피스는 주로 탄자니아 아루샤에서 차보라이트 가넷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한다.
 
이곳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보석 광산 조사에 착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이를 경유해 나이로비로 판매가 되기도 하고 국경 넘어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탄자니아 아루샤 시장에서도 보석 딜러들이 원석을 구입해 간다는 정보는 은단니가 아니고 마따떼 인근임을 알게 됐다. 다시 수소문 끝에 마따떼 근처의 광산을 찾아 떠나기로 결정했다. 사방이 오지였기 때문에 어떤 곳은 차가 아예 들어 갈 수 없다. 고민 끝에 사유지인 싸이잘 밭을 관통해 광산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다행히 필자가 외국인이고 차로 이동하였기 때문에 싸이잘 밭의 경비원들에게 감시 대상이 되진 않았다. 선인장의 일종이며 아프리카의 특산품인 싸이잘은 잎에서 추출되는 섬유가 매우 질겨서 배에서 쓰이는 밧줄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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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따떼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광활한 싸이잘 밭을 만날 수 있다. 이 싸이잘이 심겨져 있는 땅 밑이 보석광산지역이라고 한다.

광활한 싸이잘 밭을 지나니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은 오지 안의 또 오지 마을에 들어선다. 이 마을에는 나이로비에서 원석을 구입하러 온 딜러들이 몇 몇 보였다. 다행이 채광 작업이 이루어지는 오지 광산까지 안내해 줄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몇몇 마을 원주민에게 가지고 있는 보석을 보여 달라는 말에 마을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든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의 주머니에 토멀린과 차보라이트 가넷 원석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급히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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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인근의 광산에세 토멀린을 채광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 땅 주인이 오기 전에 보석을 하나라도 더 찾아야 한다고 했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보석을 채광하는 원주민들을 만났다. 마을 인근에서 토멀린과 차보라이트 가넷을 채광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다. 이 땅의 주인이 나이로비 사람인데, 보석이 나온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어 이곳에 온다고 한다. 이 지역의 지형은 저지대의 평지다. 밭을 파다가 광맥을 발견하면 광맥을 따라 굴을 파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채광 방법이지만, 이곳은 흙을 체에 걸러 보석을 채취하고 있었다. 채광되는 대부분의 토멀린은 보석용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품질이었다. 필자는 이들에게 음료수 값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에 좋은 토멀린이 있으면 하나 구입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들은 주머니에 지니고 있던 녹색 토멀린을 보여 준다. 직접 채광하는 모습을 지켜봤기에 아무런 경계심 없이 토멀린을 구입했지만, 숙소에 돌아와 감별해보니 녹색의 인조유리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오지에서 순박한 마을사람들이 보석을 채광하는 모습에 경계심을 풀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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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에게 직접 구입한 녹색 토멀린. 하지만 숙소에 돌아와 감별해보니 녹색의 인조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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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국경과 인접해있는 차보라이트 가넷 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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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보라이트 가넷 광산에서는 운이 좋은 날 하루 수 십 kg씩도 채광된다고 한다.
 
차보라이트 가넷이 채광된다는 또 다른 곳을 찾아가기 위해 이동한 곳은 탄자니아 국경과 인접한 지역이다. 이 광산에서도 가즈가와 부근의 차보라이트 가넷 광산에서 볼 수 있었던 마그마 리버가 관찰됐다. 소말리아 부족들이 채광한 원석을 모아 1kg 단위로 판매한다고 한다. 중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채광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은 날은 하루 수 십 kg씩도 채광된다고 한다. 이곳에서 채광된 차보라이트 가넷은 상급 품질이다.
 
로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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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워에서 만난 클라크 형제 집 주변에는 신기하게도 자갈과 토파즈 원석이 함께 뒹굴고 있다.

로드워는 케냐의 북쪽 지역에 위치하며, 남수단과 이디오피아의 국경과 가까운 지역이다. 또한 투르카나 호수 국립공원이 인접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나일 악어의 유명한 서식지로 알려져 있는 투르카나 호수는 다양한 야생 동식물과 인류진화 연구를 위한 최상의 장소로도 유명하다.
 
로드워 사파이어 광산 근처에서 클라크 형제를 만났다.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두 형제는 낯선 외지인을 보고 반가웠던지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간다. 필자에게 차를 끓여주기 위해 한 아이는 선인장 나무로 불을 지필 땔감을 만든다. 저장 물탱크에서 물을 떠 끓인 후 차를 나눠 마셨다. 이 차를 마시고 배탈이 나서 꼬박 3일간을 심하게 고생한 기억이 난다. 사실, 마시기 전 배탈을 예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꼬마들의 행동이 너무 고맙고 귀여워서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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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런거 봤니?'라고 묻는 순간 한 아이가 손가락 한 마다만한 토파즈 원석을 주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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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워에서 채광된 사파이어. 이곳에서는 저품질의 사파이어가 채광된다.

차를 마시고 주변을 둘러보니 집 주변에 토파즈 원석이 돌멩이와 함께 뒹굴고 있다. 혹시 이런 돌 여기 많이 있냐고 물어보기가 무섭게 한 꼬마 아이가 손가락 한 마디만한 토파즈 원석을 주워온다. 이 곳 로드워에서는 토파즈 원석과 더불어 저급 품질의 사파이어가 전부였지만 클라크 형제의 따뜻함에 보석 기행이 전부가 아님을 느낀다. 이 아이들을 만난 것이 어쩌면 나에게 귀한 보석 원석을 만난 것만큼 소중하다고 여겨졌다.

이런 말이 생각난다. ‘작은 것으로 만족하고 웃을 수 있다면 당신은 소박한 사람이며 작은 것에서 기꺼이 행복을 느끼려는 겸손한 사람이다.’ 나는 지금 소박해지고 싶고 겸손해 지고 싶다.
 
글/ 최경문 공학박사
(주)한미보석감정원 부설첨단보석분석연구소 컨설턴트
창립 32주년 GIG한미보석감정원 보석광산 탐사 특별기획 프로젝트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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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4-01-16 1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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