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더보기
HOME > 뉴스 > 연재

트위터아이콘 페이스북아이콘

GIG한미보석감정원 창립32주년 특별기획/③케냐 보이(Kenya Voi)
 
굴삭기 대신 망치질.. 열악한 차보라이트 가넷 광산
 
1.jpg
보이 인근의 광산에서 보석을 채광하는 여인들. 한 여인은 삽을 놓고 휴식을 취하며 물끄러미 필자를 바라본다. 이곳에선 큰 장비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정과 망치, 삽, 곡괭이 정도가 전부이다.

보이 타운은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에서 동남쪽으로 6시간 정도 걸리며, 동(東)차보 국립공원과 서(西)차보 국립공원 사이에 있다. 이러한 위치적 특성 때문에 차보 국립공원을 찾는 관광객 중 일부는 차보 국립공원 안에 머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공원의 중심에 있는 보이 타운에서 머물며 시간을 보낸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타운 대부분이 단층 건물들이었으나 현재는 3층, 4층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으며, 읍(town) 규모였던 도시가 현재는 군(district) 규모로 발전하고 있다. 보이의 주변 보석 광산 지역에서 채광된 보석은 주로 건물 내의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거래된다. 거래되는 주된 보석은 차보라이트 가넷과 토멀린이다.
 
3.jpg

 
4.jpg
마을에 머무르는 동안 만나게 된 케냐 원석딜러들과 그들이 가지고 온 그린 토멀린 원석.
 
2.jpg
보이 타운에 위치한 건물로 내부의 오피스에서 차보라이트와 토멀린 원석이 거래된다.

보이에서의 보석 시장과 광산에 대한 정보 등의 사전 조사를 하던 중 우연히도 이곳에서 약 20년간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선교사를 만났다. 그분은 왜 이런 아프리카 오지까지 그리고 더 위험한 깊은 오지까지 보석을 찾으러 다니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얼마 전 광산 개발을 하러 왔던 한 외국인이 보이 인근의 차보라이트 광산 지역에서 광산 지역의 이권 문제가 발단이 되어 갱들에게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필자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자 정신이 번쩍 드는 한마디를 필자의 가슴에 새겨 놓는다. ‘사명이 있는 사람은 죽지 않아요’ 이분은 아프리카 오지에서 20년 가까이 생활해 왔다. 필자에게도 아직 살아서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면 아무리 험한 곳을 다닌다 해도 필경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차보라이트 가넷과 토멀린이 채광되는 가즈가와
사전 조사를 마치고 차보라이트 가넷과 토멀린이 채광되는 가즈가와 마을로 향했다. 보이 타운에서 몸바사로 향하는 메인 도로를 타고 30km 정도 달린 후 남쪽으로 향한 비포장길로 한참을 달린다. 가즈가와 마을은 보이에서 쉬지 않고 달리면 두 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단, 길을 헤메지 않고 간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역시 초행길은 멀고도 험하다. 거기에 변변한 이정표도 없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 여러 마을을 거치고 되돌아 나오기를 수 차례 반복한 후 겨우 도착한 가즈가와 마을. 아침 일찍 출발했으나 도착하니 해가 저문다. 길을 찾는 데에만 하루가 걸렸다. 다음날 다시 찾은 가즈가와 마을에서 안전하게 보석을 거래 할 수 있는 장소와 주변 광산 정보에 밝은 사람을 찾았다. 마침 마을의 이장이 숙박업을 하고 있어 그곳을 임시 숙소로 정하고 이장에게서 채광이 이루어지는 광산의 정보도 얻어냈다.
5.jpg

 
6.jpg
가즈가와 근처 오지 지역 광산에는 무작위로 파낸 구덩이가 많다. 흙을 파 체에 걸러보고, 보석이 나오면 그 주변을 파헤쳐 채광한다. 이곳에서는 토멀린과 토파즈가 산출된다.
 
오지는 외부인이 현지인과 함께 동행하지 않으면 보석을 채광하는 원주민에게 공격을 받을 수 도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오지에서 야생동물들과 함께 생활하는 광부들은 어떻게 보석을 채광할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보석을 채광하는 방법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이곳 사람들의 보석을 찾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했다. 주변의 흙을 무작위로 채취해서 체에 거른 후, 발견되는 보석의 유무(有無)로 채광여부를 결정하고 있었다. 토멀린은 보통 화강암질 페그마타이트 광맥에서 산출된다.
 
7.jpg

 
8.jpg
밝은 부분이 토멀린이 산출되는 광맥이다. 판상형 백운모 안에서 황색 토멀린 원석이 수줍게 정출(晶出)된다.

 
케냐 대부분의 지역은 각각의 부족 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케냐에서 머리 회전이 빠르고 장사를 잘하는 부족은 기꾸유 부족이며, 보석을 잘 아는 부족은 깜바 부족이다. 보이 지역에 많은 보석 광산을 가지고 있는 타이타 부족임에도 불구하고 보석 거래를 통해 부를 축적한 부족들은 기꾸유와 깜바 부족이다.
 
가즈가와 부근의 토멀린 광산과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차보라이트 가넷이 채광되고 있다. 토멀린이 채광될 수 있는 지형은 비교적 다양하지만, 차보라이트 가넷은 접촉 변성암 부분에서 주로 채굴된다. 현지 사람들은 마그마가 굳어 생성된 화성암을 ‘마그마 리버(magma river)’라고 부른다. 마그마 리버 밑부분의 동굴과 구덩이 주변에서 차보라이트 가넷이 채광된다.
 
9.jpg

 
10.jpg
마그마 리버 밑부분의 동굴과 구덩이 주변에서 차보라이트 가넷이 채광된다. 현지인이 가리키는 부분이 마그마가 굳어 생성된 마그마 리버이다.
 
태국이나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광산의 경우, 굴착기를 비롯한 장비들을 이용해 대량 채굴이 가능한데 비해 아프리카의 광산 지역은 매우 열악하다. 대부분 곡괭이, 망치, 정이 대부분이다. 차보라이트 가넷 광산 역시 순전히 원주민의 노동력으로 보석이 채광되고 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시내에는 콘크리트에 구멍을 뚫을 때 사용되는 핸디형 굴삭 장비를 판매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광산주들은 그 흔한 핸디형 굴삭 장비 하나 마련해 주지 않는다. 이 광산에서 채굴된 차보라이트 가넷 원석을 구경하고 나니 필자에게 채광량의 절반을 줄 테니 굴삭기와 같은 장비를 투자 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에 출발하기 전 선교사로부터 한 외국인이 광산 지역에서 광산 지역 이권 문제가 발단이 되어 갱들에게 살해당했다는 이야기가 불현듯 떠올랐다. 광산업까지 겸할만한 여력이 되지 못하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글/최경문 공학박사
(주)한미보석감정원 부설첨단보석연구소 컨설턴트
창립 32주년 GIG한미보석감정원 보석광산 탐사 특별기획 프로젝트 프로듀서
연관검색어
[작성일 : 2013-12-26 17:15:41]
목록

댓글작성 ㅣ 비방,욕설,광고 등은 사전협의 없이 삭제됩니다.

작성자 비밀번호

비밀번호  
포토뉴스
더보기
월간이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