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G한미보석감정원 창립32주년 특별기획/ ②케냐 나쿠루
위험 무릅쓰고 들어간 오지, 눈앞에 펼처진 루비 광산
보석 기행 여정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탐방하기로 한 곳은 나쿠루이다. 사실 보이에 대한 정보 수집이 많았지만 뒤로 미루고 먼저 나이로비에서 북쪽에 위치한 나쿠루에 있는 루비 광산으로 향하기로 했다. 다니엘 할아버지가 이곳 나쿠루의 루비 광산에서 3년 정도 채광 작업을 했다고 한다. 때문에 이 지역의 어디에서 루비가 어디서 채광되는지,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나쿠루에서 북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바링고 호수 근처 마을. 이 곳이 나쿠루의 루비 광산을 향해 오지로 들어가는 마지막 마을이다.
나이로비에서 4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나쿠루. 이곳에서 1시간 정도 북쪽으로 향해 달려 바링고 호수 근처에 도착했다. 이곳이 나쿠루의 루비 광산을 향해 오지로 들어가는 마지막 마을이다. 필요한 물품 구입을 위해 오지에서 채광한 루비를 가지고 나와 거래가 이루어지는 첫 원석 시장인 곳이다.
이곳에서 루비를 채광하는 광산 지역의 특성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광산 특성은 부족들이 살고 있는 마을 인근에 위치한 마을의 공동 소유지이다. 이러한 곳에 속해 있는 보석 광산은 그 부족 사람들만이 보석을 채광 할 수 있다. 외지인들이 이 지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족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두 번째 광산 특성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 오지이다. 오지의 광산 지역은 보석을 많이 캐낼 수 있으면 오래 머물고 보석이 없으면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이러한 까닭에 오지에서 옮겨 다니며 보석을 채광하는 원주민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식료품을 공급해주는 공급책을 만나거나, 주말마다 마을로 휴식을 취하러 나오는 오지의 원주민들을 기다리는 방법이 전부이다. 실제 조그마한 마을에서 필자의 정보를 노출 시키지 않고 그들을 만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석 원석을 사러 왔다는 정보가 알려지면 저녁에 마을 숙소에서 강도를 당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소문이 나지 않게 보석 채광 지역을 찾아야 한다.
보석 채광 지역인 마을 주변과 오지로 들어가기 위해 차를 빌리고 운전기사를 사야 했다. 운전기사가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대여 가격이 비싸더라도 거래를 해야 한다. 좋지 않은 운전기사를 만나면 오지에서 강도를 당하는 경우가 있으며, 그곳에서 차를 타고 나오지 못하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오지로 들어가는 차들은 가격이 무지 무지 비싸다.
마을에서 차를 빌려 일행들과 함께 보석이 채광되는 곳으로 향했다. 이곳은 평지가 아닌 산에 위치해 있다. 산의 대부분이 계단 모양처럼 평지와 산악 지대의 구분이 비교적 명확하다. 현지 사람들은 지각의 이동으로 지형이 융기된 이 산과 같은 곳을 ‘클리프’라 부른다. 클리프 위로 올라가면 또 다른 평지와 새로운 클리프를 볼 수 있다.
한참 길을 달려 루비가 채광되고 있는 산 속에 도착했다. 루비가 채광되는 현장이다.
구덩이를 파고 흙속에 있는 루비를 채광하는 모습.
이곳은 마을 부족의 공동 소유지로 목축업을 생업으로 하고 있지만, 시간 날 때마다 이곳에서 구덩이를 파고 흙 속에 있는 루비를 채광한다. 구덩이의 깊이는 사람의 키를 넘지 않는 정도며, 얕은 곳은 30cm정도 깊은 곳은 1.5m 정도 된다. 이곳저곳을 본 후 마을로 돌아갔을 때, 땅 속 깊이 파고 들어가면 좋은 루비들이 나온다며 대부분의 마을에서 필자에게 투자를 권한다. 정말 깊은 땅 속에 루비가 있을까? 필자의 생각은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이 원하는 투자가 시작돼서 좋은 루비가 채광된다면 그 루비를 투자자가 얻을 수 있을지는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전형적인 외국인 돈 뜯어내기 방법이 이러하기 때문이다. 돈을 받기 전까지는 뭐든 다 될 것처럼 이야기 하다가 돈을 받은 후에는 일의 진척이나 결과물이 전혀 없는 곳이 이곳의 광산 지역의 생리라고 한다.
흙과 섞여 있는 루비원석을 분류하기 위해 냇가까지 운반한다. 냇가 건너편에 보이는 언덕도 루비 광상이다.
흙을 포대 자루에 담아 물을 걸러내고 루비 원석을 찾아낸다.
루비는 흙 속에서도 나오지만 자갈이 섞여있는 토양에서도 나온다고 한다. 사진중앙의 큰 돌 위에 놓인 검정색 스톤은 스피넬이다. 스피넬은 루비가 있는 지역이라는 힌트를 제공하는 지시석 역할을 한다.
루비 원석은 흙과 섞여 있기에 산 속에서 캐낸 흙을 냇가까지 운반하여 흙과 섞인 루비를 분류한다. 냇가 건너편에 보이는 언덕도 루비 광상이며, 냇가 옆에 놓여있는 포대 자루에는 이 언덕에서 퍼 담은 흙이 들어있다. 이 흙을 물에 걸러내고 루비 원석을 찾아낸다. 마을의 식료품 가게에서 설탕을 구매한 마을 주민이 필자를 보더니 왼쪽 겨드랑이에 설탕을 낀 채 오른쪽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자세히 보니 루비 원석이다. 필자에게 사란 소리다. 채광된 루비를 더 보여 달라 했더니 마을 주민들이 그 동안 모아뒀던 루비를 팔기 위해 가져온다.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주민이 필자에게 구매를 권하며 보여준 루비 원석.
마사이 부족의 주민들이 채광해 팔기 위해 가져 온 루비.
루비 광산을 둘러보고 저녁이 되면 베이스캠프로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한 지 며칠이 흘렀다. 베이스캠프로 복귀하니 젊은 마사이 부족장이 우리 일행을 찾고 있다는 전갈이 들려온다. 우리 일행을 초대하겠다는 것이다. 부족장과 우리 일행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베이스캠프에서 밤을 보냈다. 동이 트자마자 부족장의 안내로 마사이 부족 마을에 도착해 광산을 둘러보는 중, 마을 사람들이 그 동안 모아놓은 많은 양의 루비를 꺼내 보여준다. 마사이 부족의 주업은 가축을 길러 시장에 파는 일인데 이곳의 마사이족은 채광되는 루비로 소득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마사이 부족의 젊은 부족장이 저녁 대접을 하며 필자를 마음에 들어 했는지 이상한 제안을 한다. 자신의 여동생을 줄 테니 한 방을 쓰고 결혼하라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상황의 연속에 적잖게 당황했다.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겨우 내놓은 한마디가 ‘나를 형제처럼 생각해 주어서 매우 고맙다’는 인사와 악수로 어정쩡하게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곳을 어떻게 빠져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후다닥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왜 필자에게 그런 제안을 했던 것일까? 아마도 이들이 행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한 방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저러나 하마터면 아프리카에서 결혼 할 뻔 했다.
글. 최경문 공학박사
㈜한미보석감정원 부설첨단보석분석연구소 컨설턴트
창립 32주년 GIG한미보석감정원 보석광산 탐사 특별기획 프로젝트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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