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과 낭만이 반짝이는 조약돌 주얼리
CVC 스톤즈(CVC Stones)
2015년 봄, CVC 스톤즈라는 주얼리 브랜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랐다. 순식간에 럭셔리 온라인 리테일러 모다 오페란디(Moda Operandi)에 입점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할리우드의 샤를리즈 테론과 시에나 밀러의 목을 장식한 것이다.

설립자인 찰리 드 비엘 카스텔(Charlie de Viel Castel) 본인도 놀랄 정도의 무서운 속도였다. 그 중심에는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평범한 조약돌에 18 K 골드 체인이 어우러진 목걸이가 있었다.
사모펀드를 운용하던 찰리는 주얼리를 투자의 일환으로도 고려한 적이 없는 평범한 금융인이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할머니가 유산으로 남긴 다이아몬드 나석이었다.

생전 그에게 예술의 길을 장려한 할머니의 뜻을 기리기 위해 찰리는 가족들과 가까운 친구들에게 특별한 목걸이를 제작해서 선물로 나눠주었다. 사실상 어린 시절부터 수집해온 조약돌에 할머니를 떠올리게 만드는 다이아몬드로 포인트를 준 후 체인에 연결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찰리의 독특한 발상은 곧바로 모다 오페란디의 공동 창업자인 로렌 산토 도밍고의 눈에 띄어 트렁크쇼를 제안 받기에 이르렀다.

연약함과 강함이 공존하는 CVC 스톤즈의 아이러니한 매력을 알아본 로렌의 안목은 역시 날카로웠다. 몇 주 지나지 않아 조약돌 목걸이는 패션 아이콘들의 목에 하나 둘씩 걸리게 된 것이다.
당시 여성들이 이 목걸이에 열광한 이유 중에 조약돌 자체만으로도 신선하고 개성 넘치는 하나뿐인 주얼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한 몫 했다.

게다가 여러 의상에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는 점도 패션지향적인 여성들의 마음을 끌었다. 이를 계기로 CVC 스톤즈는 유명 백화점과 주얼리 부티크에 입점된 것은 물론, 요즘 대세로 떠오른 각종 온라인 리테일러에서도 큰 인기를 구가하게 되었다.

카스텔은 아직도 주얼리의 세계가 낯설고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사모펀드 고객을 만날 때보다 주얼리 바이어나 패션지 기자들을 만날 때 더욱 떨린다고 고백할 정도다.
하지만 조약돌과 다이아몬드의 매치처럼, 금융전문가와 디자이너라는 상반된 두 직업이 그의 주얼리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니면 여성들이 조약돌 목걸이와 사랑에 빠지게끔 남몰래 주술이라도 부린 걸까. 최근까지 검정색 조약돌을 착용하고 등장한 켄달 제너, 카라 델레바인, 사라 제시카 파커뿐 아니라 캐롤린 머피와 셀레나 고메즈처럼 화이트와 베이지색 스톤으로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한 여성들을 자주 목격하게 되니 말이다.
CVC 스톤즈의 목걸이가 주얼리와 패션 업계를 강타한 이후 찰리는 각종 협업과 캡슐 컬렉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물론 늘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감각을 새로운 컬렉션에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스톤 저마다의 질감이나 모양은 유지한 채 새로운 소재를 더하며 다양성을 확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최소한의 소재로 수천 수만 가지의 결과물이 탄생하는 작업을 즐기는 중이다. 그것이 바로 CVC 스톤즈가 추구하는 진정한 언어가 아닐까?
윤성원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겸임교수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