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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귀환과 다양성의 확장

 

기준으로서의 해수 진주&선택지로서의 담수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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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진주는 제한된 생산량과 대형 사이즈, 두꺼운 진주층으로 인해 진주 시장에서 기준과 상징성을 동시에 갖는 해수 진주이다. 고급 진주 시장의 가치 기준을 설정하는 축으로 기능한다.

 

 

Ⅰ. 진주는 왜 다시 중심에 섰는가

최근 진주 시장은 단순한 유행의 회귀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진주는 오랫동안 보석의 여왕으로 불려 왔지만, 지난 몇 년간 주얼리 시장의 관심은 천연 다이아몬드에서 합성 다이아몬드로, 다시 컬러 스톤과 귀금속 등 단기 소비성향이 강한 품목으로 분산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진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하나의 트렌드라기보다 희소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보석에 대한 시장의 기준이 재정렬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3년간의 감별 통계와 글로벌 생산 유통 환경, 가격 흐름을 종합해 보면, 진주 시장은 단일한 성장이나 쇠퇴의 서사로 설명되기 어렵다. 해수 진주는 공급 제약과 상징성을 바탕으로 기준 자산의 성격을 강화하는 반면, 담수 진주는 품질 개선과 소비 확장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흡수하며, 시장 내부에 명확한 역할 분화가 형성되고 있다. 이 글은 해수 진주와 담수 진주로 나뉘어 작동하는 이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살펴보고, 이러한 흐름이 향후 진주 시장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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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에디슨진주 양식 시스템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골드 및 화이트 담수 진주. 최근 기술 고도화를 통해 광택과 균일도 측면에서 해수 진주에 근접한 품질을 보이고 있다.

 

 

Ⅱ. 기준으로 되돌아온 해수 진주: 클래식의 재확인

1. 아코야 진주, 여전히 진주의 기준점

최근 감별 의뢰 통계를 보면 아코야 진주는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일본산 아코야 진주는 특유의 날카로운 광택과 균일한 진주층, 안정적인 화이트 컬러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진주의 기준점’으로 인식되어 왔다. 주목할 점은 일본 내 양식 환경 악화와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상당히 상승했음에도, 이러한 기준이 시장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아코야 진주가 단순히 가격 대비 선택되는 상품이 아니라, 신뢰와 상징성을 제공하는 보석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물이나 공식 행사처럼 의미와 격식이 요구되는 자리에서 아코야 진주라는 선택이 갖는 무게는 여전히 크다. 가격 상승은 소비를 위축시키기보다, 오히려 아코야 진주를 ‘선별된 선택’으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2. 남양 진주와 골드 진주: 하이엔드의 영역

남양 진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클래식의 축을 형성한다. 10mm 이상의 대형 사이즈와 묵직한 존재감, 그리고 제한된 생산량은 남양 진주를 하이엔드 시장의 대표적 상징으로 만든다. 특히 골드 남양 진주는 희소성과 자산적 성격을 동시에 갖춘 보석으로 인식되며, 일부 소비자층에서는 장기적 가치에 주목하는 대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시장은 가격 민감도가 낮고, 브랜드, 산지, 스토리텔링이 구매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남양 진주는 많이 팔리는 진주가 아니라 지위를 표현하는 진주로 기능한다. 이는 진주 시장이 단순한 패션 소비를 넘어, 상징과 가치가 결합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Ⅲ. 상징의 귀환: 진주와 권위의 언어

진주가 다시 클래식의 상징으로 주목받는 흐름은 정치·사회적 맥락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정치권의 주요 인사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진주 장신구를 반복적으로 착용해 온 사례는, 진주가 단순한 패션 아이템을 넘어 권위와 신뢰, 전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보석임을 보여준다. 이는 의도된 이미지 연출로서, 진주가 지닌 상징성이 여전히 유효함을 시사한다.


과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진주를 통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연출했던 것처럼, 진주는 정치와 리더십의 영역에서 하나의 시각적 언어로 기능해 왔다. 이러한 상징성은 하이엔드 해수 진주 시장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비가격적 가치 요인 중 하나이다.



Ⅳ. 담수 진주의 부상: 다양성을 확장한 선택지

1. 담수 진주는 왜 다시 주목받는가

담수 진주의 부상은 해수 진주의 약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수 진주는 진주 시장의 사용 영역과 소비 맥락을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과거 담수 진주는 ‘저가형’ 혹은 ‘대체재’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었지만, 최근 3~4년간 이어진 양식 기술의 고도화와 디자인 변화는 이러한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양식 기술의 진보로 등장한 고품질 담수 진주들은 크기와 광택 면에서 해수 진주에 근접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바로크 형태의 유행은 담수 진주를 ‘완벽한 구형’이라는 기존의 미적 기준에서 해방시키며, 진주 소비를 개성과 디자인 중심의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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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중국 베이징 박람회에 참여한 에디슨 진주의 Grace 부스

 

 

2. 중국 담수 진주 산업의 질적 전환과 구조 변화

담수 진주 산업의 질적 전환을 이끄는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 저장성(절강성) 주지시를 중심으로 형성된 담수 진주 산업은 이미 글로벌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며, 단순한 원재료 공급 기지를 넘어 양식 기술, 가공, 유통, 인증을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 구조를 구축해 왔다. 

 

2023년 중국 진주 산업은 이례적인 호황을 경험했으나, 2024년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위축의 영향을 받아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다만 이는 구조적 침체라기보다는 과열 이후의 자연스러운 조정에 가까웠으며, 2025년 상반기부터는 생산과 유통 전반에서 점진적인 회복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광택 담수 진주, 대형 라이스 진주, 유색 담수 진주 등은 품질 면에서 과거와는 다른 수준에 도달했다. 일부 고급 담수 진주는 백색도와 광택에서 기존의 해수 진주 기준에 근접한 평가를 받으며, 이러한 품질 향상은 담수 진주가 해수 진주를 대체하기보다는 진주 소비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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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야 및 남양 진주와 유사한 광택과 균일도를 갖춘 담수 진주 비드 목걸이. 기술 발전을 통해 담수 진주의 품질 스펙트럼이 고급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Ⅴ. 인증과 기술: 진주 시장의 신뢰 인프라

담수 진주가 주류 시장으로 편입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신뢰다. 최근 주요 담수 진주 생산·유통 주체들이 국제 인증과 등급 체계, 추적 기술을 도입하는 움직임은 이러한 요구에 대한 시장의 응답으로 볼 수 있다. 

 

일본 내 진주 전문 연구·감정 기관의 평가를 거친 프리미엄 담수 진주 컬렉션이나 NFC 기반 정보 확인 시스템은, 담수 진주가 관리 가능한 고급 상품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특정 국가나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진주 시장 전반이 등급, 기술, 투명성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Ⅵ. 해외와 국내 시장의 온도 차

해외 시장, 특히 미주와 유럽에서는 담수 진주가 이미 일상적 액세서리로 자리 잡았다. 진주는 ‘가문의 보석’이 아니라 ‘매일 착용하는 주얼리’로 인식되며, 관리와 보관이 까다로운 해수 진주에 비해 디자인 자유도와 활용성이 높은 담수 진주가 선호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반면 국내 시장은 여전히 해수 진주를 중심으로 한 위계적 인식이 강하다. 예물이나 중요한 선물에는 아코야나 남양 진주가 우선적으로 선택되며, 담수 진주는 일상용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분명하다. 다만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구분은 점차 완화되고 있으며, 이른바 ‘막 끼는 진주’로 불리는 캐주얼한 담수 진주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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Ⅶ. 경쟁이 아닌 분화: 진주 시장 구조의 전환

최근 담수 진주의 약진을 두고, 일부에서는 고급 진주의 기준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현재의 진주 시장을 지나치게 단순한 경쟁 구도로 해석한 결과에 가깝다. 

 

최근 몇 년간의 생산, 감별, 유통 흐름을 종합해 보면, 해수 진주와 담수 진주는 동일한 시장에서 동일한 역할을 두고 경쟁하고 있기보다는, 서로 다른 기능과 소비 맥락 속에서 병존하고 있다. 

이러한 분화 구조는 실제 감정 및 유통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국내 감정·유통 현장에서 확인되는 리포트 발급 비중을 보면, 아코야 진주가 약 38% 수준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으며, 남양 진주 역시 20%대 중반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담수 진주도 10%대 후반의 비중을 기록하며,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독립적인 수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수치는 해수 진주가 여전히 기준 자산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담수 진주가 소비의 외연을 확장하는 또 하나의 축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해수 진주는 여전히 기준과 상징의 역할을 수행한다. 

 

아코야와 남양 진주는 예물, 공식 행사, 자산 가치가 요구되는 영역에서 ‘신뢰 가능한 선택지’로 기능하며, 시장의 품질 기준을 설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반면 담수 진주는 기술 발전과 디자인 확장을 통해 일상적 소비와 패션 영역을 넓히며, 진주가 활용되는 장면 자체를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양극화라기보다 기능적 분화에 가깝다. 해수 진주가 기준을 제공한다면, 담수 진주는 선택지를 넓힌다. 다시 말해, 하나는 시장의 중심을 지키고, 다른 하나는 시장의 외연을 확장한다. 현재 진주 시장의 본질은 어느 한쪽의 대체가 아니라, 이 두 축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 속에서 형성되고 있다.



• 해수 진주: 기준, 상징, 의례, 하이엔드

• 담수 진주: 기술, 디자인, 일상, 확장


 

 

Ⅷ. 2026 진주 시장 전망

지금까지의 흐름을 종합해 볼 때, 2026년 진주 시장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 해수 진주는 공급 제약과 상징적 가치로 인해 가격과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코야 진주와 남양 진주 모두 생산 환경의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으며, 이러한 제약은 해수 진주를 여전히 ‘기준 자산’으로 남게 할 것이다.

 

둘째, 담수 진주 가운데 핵양식 기반의 고품질 담수 진주와 인증 체계를 갖춘 상품을 중심으로, 중·고가 시장까지 점진적인 확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기술 발전과 등급 체계, 추적 시스템의 도입은 이러한 담수 진주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관리 가능한 고급 상품으로 자리 잡는 토대가 되고 있다.

 

셋째, 시장 경쟁의 핵심은 산지 자체보다 품질을 어떻게 정의하고 신뢰를 구축하느냐의 문제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소비자는 점점 더 ‘어디서 왔는가’보다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는가’를 중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향후 진주 시장 전반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Ⅸ. 균형이 경쟁력이다

현재의 진주 시장은 어느 한 축이 사라진 시장이 아니다. 해수 진주는 기준과 상징의 역할을 되찾았고, 담수 진주는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소비의 외연을 넓혔다. 두 흐름은 충돌하기보다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앞으로의 진주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산지나 종류를 고수하는 태도가 아니라, 해수 진주와 담수 진주가 각각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이 균형을 읽어내는 안목이야말로, 향후 진주 비즈니스와 소비 모두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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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영출 공학박사

㈜한미보석감정원 원장

한경국립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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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6-02-10 1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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