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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보석감정원 연구팀 심층 분석 리포트    


AI·산지식별·추적시스템이 여는 보석 감정의 미래


2025년 국제보석컨퍼런스가 11월 20일부터 21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됐다. 올해는 특히 AI(인공지능) 기반 산지식별, 디지털 트레이서빌리티(추적 시스템), 다이아몬드 결함 연구 등 미래의 보석 감정 산업의 핵심 주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주)한미보석감정원(원장 김영출 박사) 연구팀은 이번 컨퍼런스에 온라인으로 공식참여해, 세계 수준의 연구 기관인 SSEF(스위스), GIT(태국), NGTC(중국) 등의 최신 연구 결과와 글로벌 감정 산업의 미래를 깊이 분석했다.

한미보석감정원은 컨퍼런스에서 보인 변화의 흐름을 국내 산업에 전파하고 선도하기 위해, 각 기관이 발표한 내용을 중심으로 심층 분석 리포트를 작성했다.

 

 

 

중국 NGTC - 블록체인 기반 보석 이력 추적 시스템 공개


중국 국영 보석감정기관인 NGTC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가장 실용적인 성과 중 하나로 평가할 만한 내용을 선보였다. 발표 제목은 말 그대로 ‘블록체인 기반 보석 이력 추적 시스템’으로, 중국이 보석 산업 전반을 하나의 디지털 트랙 위에 올려놓겠다는 청사진을 담고 있다.

 

NGTC가 공개한 시스템의 골격은 비교적 명확하다. 먼저 원산지 단계에서 산지에서 직접 채취한 원석 샘플을 확보한 뒤, 그에 대한 화학 조성, 내포물 특성, 스펙트럼 데이터, 그리고 GPS 좌표를 비롯한 지리 정보를 메타데이터로 함께 저장한다. 

 

이 과정에는 국영 광산과의 협력이 포함되어 채굴 기록까지 연동되며, 사실상 ‘이 원석이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왔는가’를 국가 차원에서 증명하는 구조다.

 

그다음 단계는 생산·가공 이력의 추적이다. 원석이 절단·연마·처리되는 모든 과정에서 ‘누가, 언제, 어떤 장비로, 어떤 공정을 수행했는지’를 세부 항목으로 기록한다. 

 

특히 가열·비가열 여부 등 처리 히스토리를 각 단계에서 남기도록 설계해, 사후에 처리 사실이 은폐되거나 조작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세 번째 축은 감정 단계의 데이터 연계다. NGTC는 감정 과정에서 생성되는 감정서 번호, 사용된 분석 기기와 기법, 산지·처리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결정 인자, 최종 라벨(예: 비가열 사파이어, 비처리 루비)을 이력 시스템에 그대로 연결한다. 이로써 감정 결과가 단순히 종이 한 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밸류체인 상의 이력 데이터와 유기적으로 묶이게 된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는 마지막으로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NGTC는 하이퍼레저(Hyperledger) 계열의 독자 체인을 사용해 모든 이력 정보를 해시값 형태로 블록에 저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QR코드를 생성한다. 소비자는 QR을 한 번 스캔하는 것만으로 해당 보석의 산지, 가공 이력, 감정 정보, 처리 여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블록체인 특성상 이 데이터는 사후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시스템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선다. 무엇보다 국가(정부) 주도 모델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중국 정부와 국영 감정기관이 데이터의 흐름을 통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보석 대부분을 단일 인증 체계 안으로 흡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중국이 보석 산업에서 가장 경계하는 ‘밸류체인의 불투명성’과 ‘위조 감정서·가짜 산지 표기’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소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NGTC는 이 디지털 이력 데이터와 AI 기반 산지식별 모델을 연동해, 향후에는 일정 수준까지 자동화된 감정·검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다시 말해, 이번에 공개된 시스템은 단지 ‘추적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향후 AI·트레이서빌리티·국가 인증이 결합된 중국식 보석 인프라의 전 단계, 일종의 완성형 프로토타입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태국 GIT  - 머신러닝 기반 산지식별 5년 연구 성과 공개


GIT는 2021~2025년까지 진행된 머신러닝 기반 산지식별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한미감정원 연구팀은 이번 컨퍼런스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데이터 중심의 발표로 꼽았다. 먼저 산지식별에 쓰이는 전통적 분석 기법을 정리하고 머신러닝(ML) 도입 배경과 각 단계의 알고리즘을 구성한 후 ED-XRF와 LA-ICP-MS 데이터 결합 기반의 대규모 화학조성 데이터베이스 구축과정을 소개했다.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스피넬 등 10 종 이상의 보석에 대한 산지 예측 정확도를 위해 여러 알고리즘을 병렬로 테스트하고, 광물마다 가장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모델을 최종 선정한 결과, 루비(미얀마, 모잠비크, 태국) 약 80~95%, 핑크 사파이어 약 80%, 블루 사파이어(스리랑카, 마다가스카르, 탄자니아) 약 80~95%, 파파라차 사파이어 약 80%, 옐로우 사파이어  약 90%, 에메랄드 약 60~75%, 레드와 블루 스피넬 약 85~95%의 정확도를 보였다.

 

GIT는 향후 과제로 다섯 가지 구체적인 개선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샘플 데이터의 정제다. 산지 정보가 불명확하거나, 처리 이력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시료는 과감히 배제해 깨끗한 학습 데이터 풀을 만드는 것이 AI 성능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측정 기기의 일관성 확보다. 동일한 원석이라도 XRF, LA-ICP-MS 장비의 교정 상태, 측정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화학 조성 값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때문에, 국제 표준에 맞춘 정기적인 교정과 측정 프로토콜의 통일 없이는 신뢰도 높은 모델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셋째는 모델 구조의 고도화다. 단순한 분류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산지별로 데이터의 특성을 반영한 하이브리드 모델과 앙상블 기법을 도입해 정확도뿐 아니라 오판 가능성을 함께 제시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넷째는 특정 산지에 대한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산지별 레퍼런스 샘플 확충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한 산지에서 나온 시료가 10개인지 100개인지에 따라 모델의 신뢰도가 달라지는 만큼, 실제 채굴지·광산과의 협력을 통해 참조 시료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겠다는 구상이다. 

 

마지막으로 FTIR, UV-Vis, 라만 등 다중 기기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멀티모달 AI를 차세대 목표로 제시했다. 지금까지처럼 화학 데이터 한 축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분광, 발광, 구조 정보를 한꺼번에 학습시켜 보다 입체적인 산지식별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GIT는 이러한 전략을 제시한 뒤, 결론을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AI는 산지감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감정 기법을 증폭시키는 기술이다.’ 즉, 알고리즘이 감정사를 대신해 판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잘 정제된 데이터와 표준화된 측정, 정교한 모델을 통해 감정사가 보다 일관되고 책임 있는 결론에 도달하도록 돕는 증폭 장치라는 메시지다.

 

 

스위스 SSEF - AI 시대의 투명한 산지감별 모델의 필요성


SSEF의 다니엘 니퓔러(Daniel Nyfeler) 박사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AI 열풍 속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발표를 했다. 그의 화두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AI 시대일수록, 산지식별은 더 투명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각 기관에서 앞 다투어 도입 중인 산지식별용 AI 모델에 대해 기계가 답을 내놓는다고 해서 그 결과가 곧 신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주장했다. 단순히 정확도 95%라는 숫자만 내세우는 방식 보다는 앞으로는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구조, 즉 블랙박스가 아닌 AI가 아니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지 AI의 정확도만 보여주는 것보다는 그 결론이 나온 이유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감정 산업이 도입해야 할 기준으로 이른바 설명 가능한 AI를 제시했다. 모델이 어떤 변수와 특징(예: 특정 원소 비율, 스펙트럼 피크 패턴 등)을 근거로 산지를 판정했는지, 특징 중요도와 의사결정 구조를 공개하고, 크롬/갈륨, 철/티타늄과 같은 주요 지표가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AI가 학습한 산지별 패턴이 어떤 구조를 가지는지, 모델이 어떤 규모와 출처의 데이터 위에서 훈련되었는지까지 함께 공개하는 것이 앞으로의 국제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하나의 핵심 위험으로 ‘잘못된 데이터’를 지적했다. 산지가 잘못 라벨링된 샘플이 일정 수 이상 모델에 포함되면, 그 자체가 AI 전체를 오염시키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지 레퍼런스 샘플의 출처를 엄격하게 검증하고, 여러 감정기관이 데이터를 공유·교차 검증하는 국제 협력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I는 복잡한 다차원 데이터 해석을 돕고 인간이 놓치는 패턴을 찾아내며 감정사의 판단을 더 정확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도구라는 것이다. 즉, AI는 감정의 자동화가 아니라 감정의 업그레이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Fei Cui 명명법 논쟁


태국 보석감정소 로터스 제몰로지(Lotus Gemology)의 공동 설립자 리처드 휴즈(Richard Hughes)는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써온 옥(Jade)이라는 단어를 문제 삼았다. 

 

휴즈가 제시한 핵심 논지는 명확하다. Fei Cui(翡翠)는 하나의 광물 이름이 아니라 암석 이름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제이다이트(Jadeite)라고 부르는 광물은 Fei Cui를 구성하는 여러 성분 중 하나에 불과하며, 실제로 Fei Cui라는 옥 암석은 제이다이트, 옴파사이트(Omphacite), 코스모클로어(Kosmochlor) 등 휘석류 광물들이 서로 다른 비율로 섞여 있는 복합체다. 

 

따라서 감정서에서 ‘Fei Cui(옥)’는 암석명으로, 그 아래에 ‘구성 광물: Jadeite ± Omphacite ± Kosmochlor’와 같이 구체적인 광물 조성을 병기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대 감정 표기의 관행 자체가 구조적인 혼란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피스라줄리, 마우싯싯 같은 다른 보석 암석은 모두 암석 이름 그대로 사용하면서, 유독 Fei Cui만을 ‘Jadeite Jade’처럼 광물명과 보석명을 겹쳐 쓰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암석과 광물을 구분하지 못했던 과거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며, 나아가 옥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와 딜러에게 불필요한 혼동을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휴즈는 이 문제를 단순한 용어 정리 차원이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스시, 샴페인, 재즈와 같은 예를 들며, 이름이란 단지 재료나 기능을 구분하는 라벨이 아니라, 그 문화를 상징하는 기호라고 강조했다. 

 

같은 쌀과 생선이라도 ‘생선 초밥’이 아닌 ‘스시’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고, 샴페인은 단순한 발포성 와인이 아니라 특정 지역·전통을 반영한 이름이라는 것이다.

 

이 논리를 옥에 대입하면 답은 분명해진다. Fei Cui라는 명칭은 중국과 동아시아가 수천 년 동안 쌓아온 옥 문화의 역사·심미성·상징성을 담고 있는 고유한 이름이며, 이를 단지 ‘Jadeite’라는 광물명으로 대체하는 것은 그 문화적 층위를 지워버리는 행위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휴즈는 Fei Cui라는 암석명을 정당한 보석명으로 회복시키고, Jadeite는 그 안에 포함된 하나의 광물명으로 제한할 때 비로소 과학과 문화가 균형을 이룬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향후 감정기관의 보고서 체계와 교육, 시장 커뮤니케이션까지 폭넓게 재검토해야 할 과제를 던진 발표로 평가된다.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 한국 감정 산업의 대응 전략


2025 국제보석컨퍼런스는 보석감정 산업이 더 이상 전통적인 현미경 관찰에만 의존하지 않고, 디지털 전환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컨퍼런스를 통해 한미보석감정원이 확인한 글로벌 추세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데이터 투명성과 신뢰 구축 ▲AI는 증폭 장치이자 업그레이드 ▲과학과 문화의 균형 재정립

 

한국의 보석감정 산업 또한 이러한 글로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확하고 깨끗한 레퍼런스 데이터베이스 구축,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측정 프로토콜 확립, 그리고 궁극적으로 설명 가능한 AI 모델을 도입하여 감정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감정원은 컨퍼런스에서 확인된 이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와 국제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 보석감정 산업의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최현민 공학박사/ 한미보석감정원 첨단보석분석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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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12-23 18: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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