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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기고/ 합성(랩그로운) 보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보석은 오랫동안 인류의 탐욕과 열망을 비춰온 거울이다. 고대 왕조에서부터 현대의 주얼리 시장까지 자연이 만들어낸 루비와 사파이어는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 권력과 신분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지구가 수백만 년에 걸쳐 만들어낸 이 귀한 보석을 인류가 실험실에서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지는 불과 120여 년에 불과하다. 합성 보석의 역사는 인류가 양자역학의 토대를 만들고 그 이론과 실험적 근거를 쌓아온 시간과 얼추 비슷하다. 

 

오늘날의 합성 보석은 전통적인 귀금속 시장뿐만 아니라 최첨단 기술 산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합성 보석은 넓은 의미로 인공석에 속하지만 외관만 비슷한 모조석, 인조석과는 전혀 다르다. 모조석, 인조석은 외관이 비슷하기만 하면 어디든 갖다 붙일 수 있지만 합성 보석은 천연 보석과 동일한 결정구조와 물리적·화학적·광학적 성질이 동일해야만 붙여질 수 있는 명칭이다. 

 

도대체 인간은 어떻게 천연 보석과 똑같은 합성 보석을 창조해 냈을까? 지난 한 세기 동안 인간은 실험실에서 합성 보석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했는데 이 방법들은 대부분 용융(Melt)법과 용액(Solution)법, 이 두 개의 범주로 나눌 수 있다.

 



불꽃 속에서 태어나다

루비와 사파이어가 불꽃 속에서 태어났다. 멋있게 표현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1902년 프랑스의 화학자 베르누이(Verneuil)에 의해 개발된 화염 용융법(Flame Fusion, 또는 베르누이 방법)은 대표적인 용융에 의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이 방법은 현재까지도 가장 대중적인 합성 루비, 사파이어 제조 방식이다. 

 

만들어지는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루비, 사파이어의 주원료인 순수한 산화알루미늄(Al2O3) 분말을 강렬한 불꽃(약 2,200℃) 속에 떨어뜨려 녹이고, 이를 회전과 동시에 아랫방향으로 천천히 응고시키면서 결정체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이때 산화알루미늄 원료 분말에 크로뮴(Cr)을 소량 첨가(약 1~3%)하면 적색의 루비가, 철(Fe)과 티타늄(Ti)을 추가하면 블루 사파이어가 생성된다. 

 

화염 용융법은 시간당 10mm 정도의 빠른 속도로 결정을 성장시킬 수 있으며, 생산된 결정은 길쭉한 원추형 결정과 유사하여 ‘보울(Boule)’이라고 불린다. 

 

원추형으로 결정화된 루비와 사파이어 결정은 성장되는 동안 축적된 내부 구조의 응력때문에 가벼운 충격에도 두 조각으로 갈라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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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의 등장은 당시 보석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20세기 초반 등장한 합성 루비는 천연 보석보다 더욱 완벽한 색과 투명도를 지니면서 가격도 훨씬 저렴하여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당시의 보석상들은 천연 루비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감별법 개발에 관심을 쏟았는데, 가장 일반적인 감별 특징은 결정 성장 중 회전으로 인해 생성되는 커브 라인(곡선)과 기포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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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대표적인 용융법은 쵸크랄스키(Czochralski) 방법이다. 이 방법은 원료를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도가니에 넣고 가열하여 녹인 후, 결정 종자(Seed)를 융액 표면에 닿게 하고 회전시키면서 서서히 위로 끌어올리며 결정을 성장시킨다고 하여 풀링(Pulling)법 이라고도 한다. 

 

이 방법은 1917년 독일 물리학자 쵸크랄스키가 개발했으나, 루비와 사파이어를 만드는 보석으로의 결정 성장은 1960년대에 시도되었다. 


쵸크랄스키 방법은 화염 용융법보다 성장된 결정의 품질이 우수하여 단결정 기판 제조에 활용되는 등 반도체 산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방법으로 합성된 보석은 루비와 사파이어를 비롯하여 알렉산드라이트, 크리소베릴, 야그(YAG)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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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모방한 예술 작품

지구는 종종 시간을 들여 가장 정교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낸다. 땅 속 깊은 곳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천연 보석이 대표적인 증거다. 

 

인간은 이 과정을 단축하는 방법을 찾아냈고 그 방법이 바로 용액(Solution)법이다. 용액법은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보석 결정의 성장 원리를 인간이 모방한 방식으로서 플럭스(Flux)법과 수열(열수, Hydrothermal)법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모식도는 합성 에메랄드 성장 편에서 소개한다.

 

플럭스법은 결정 성장 속도가 다른 방법보다 상대적으로 느리기에 인내심이 필요하다. 천연 보석의 성장 조건을 모방하여 느린 결정 성장을 유도하는 방법이기에 천연 루비, 사파이어로 착각할 정도로 유사한 내포물을 가지며, 이런 경우 감별은 매우 어렵다. 

 

결정 성장에는 수개월에서 최대 1년이 걸릴 수도 있다. 플럭스는 용매역할을 하는 물질로, 고온에서 원료를 녹이고 천천히 냉각시키는 과정을 통해 결정을 성장시킬 수 있으며, 결정을 키우는 동안 결정 내부에 액체 내포물 등이 자연적으로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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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열법 역시 땅속 깊은 곳에서 광물이 형성되는 과정을 모방한 것이다. 수열법으로 만든 합성 루비는 196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수열법으로 합성 루비와 사파이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400~600℃의 고온과 5,000~30,000psi 의 고압이 필요하기에 오토클레이브(Autoclave)라는 밀폐된 챔버를 사용한다. 압력의 정도를 쉽게 비교한다면, 자동차 타이어의 공기압은 30~35psi이며, 수열장치에 사용되는 압력은 자동차 타이어의 150~1000배에 해당한다. 

 

이 방법은 루비 종자를 챔버 내부에 매달고 가열하면 온도구배에 의한 대류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때 하부에 위치한 원료가 수용액에 용해되어 매달린 종자 결정에 서서히 쌓이면서 결정이 성장한다. 합성 결정의 크기는 씨앗의 크기, 원료 용액의 양, 시간에 따라 달라지며, 약 1~3개월의 성장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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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빚어낸 작품

합성 루비·사파이어의 탄생은 마치 작은 우주를 창조하는 과정과 같다. 용융법은 불 속에서 탄생하는 별과 같고, 용액법은 지각 속에서 성장하는 광물과 같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인류가 자연을 이해하고 모방하려는 오랜 노력의 결과다. 감히 인간이 빚어낸 작품이라 칭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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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4-04 11: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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